결혼 후 '그 회색 고양이'를 우리 집으로 데려오기 전, 나는 고양이에 관한 공부, 필요한 가구와 물품, 그리고 양질의 사료(간식 및 습식)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 둔 상태였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해 겨울'을 앞두고 매우 긴장하고 있었다. 사실, 남편이 12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그 회색 고양이'와 1년에 두 번(몇 개월)을 지내게 될지, 평생 함께할지 아직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마치 결혼 혼수품을 장만하듯 심혈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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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고양이를 데려왔던 날의 밤, 남편과 나의 눈물과 감정의 폭발 그리고 화해까지.
그 소란스러웠던 밤이 지나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일요일 오전, 퉁퉁 부은 얼굴로 일어나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린 우리 두 사람. 서둘러 침대를 정리하고 거실로 나와 우리가 가장 먼저 했던 일은, 회색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고양이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이었다. 원래부터 회색 고양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는 서재의 커다란 유리창 앞, 고양이는 유리창 앞에 놓인 티 테이블에 누워 '아침이면 유난스러울 정도로 분주한 날갯짓과 함께 목청 높여 지저귀는 새'들을 보면서 채터링을 하고 있었다. 아직 신혼의 달콤함과 사랑이 넘치는 남편과 나는, 잔뜩 부어서 눈도 제대로 뜰 수 없는 서로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회색 고양이가 다시 우리 집에 온 것은 정말 잘된 일이다."고 속삭이면서 기쁨의 포옹을 했다.
남편과 나 그리고 고양이가 함께 잠들었던 그 첫날의 밤은 이제 '어제'라는 이름의 과거가 되었다.
어젯밤, 요란했던 우리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회색 고양이'가 드디어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된 것일까? 서재 입구에서 소곤거리며 자신을 바라보는 우리의 기척을 알아차리자마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켠 후, 남편과 나를 향해 "야옹, 야옹" 하며 말을 걸었다. 내가 난생처음 듣는 '우리 회색 고양이의 울음소리', 아니 얼마나 예쁘고 귀여운 소리인가! 수컷 고양이로 알고 있는데, 사랑스러운 것도 모자라 이렇게나 여린 목소리를 가졌다고?' 나는 깜짝 놀랐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내 모습을 본 남편은 한술 더 떠서 나에게 "우리 회색 고양이가 '야옹'하고 말하는 것은 정말 행복하다는 거야. 1년에 한두 번 듣기도 힘든 귀한 목소리야."라고 말했다.
그 순간, 나의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남편과 연애를 시작했던 때, 이 남자와 막 사랑에 빠졌던 순간처럼...
남편이 고양이의 이마에 언제 끝날지 모를 뽀뽀를 반복하고 있던 순간, 나는 시선을 돌려 서재 한구석에 널찍하게 마련해 둔 자리의 '고양이 전용 식탁 위에 올려 놓은 밥그릇과 물그릇'을 확인했다. 우리의 결혼 후 처음이자, 본격적으로 함께 지내게 되는 '회색 고양이'를 위해 가장 신경 썼고, 제일 좋은 것으로 구입한 대나무 식탁과 도자기(세라믹) 밥그릇, 그리고 (긁힘 방지는 물론 내열성과 내구성이 좋은 유리 소재로 제작된) 물그릇이었다. 그 자리에 (고양이 전용 식탁에)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회색 고양이가 물도 충분히 잘 마신 듯 보였고, 밥그릇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아직 새 식기들이라 그런지, 아침 햇살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내 마음이 참 뿌듯했다.
고양이의 식탁과 그릇들을 정리하면서 나는 남편에게 물었다.
"우리, 정말 잘할 수 있겠지? 회색 고양이가 우리에게 언젠가, 아니 곧 마음을 활짝 열어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