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과 신혼여행이 모두 끝나고 우리는 바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달 후,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어느 주말, 남편은 어떤 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20분 남짓 통화를 마친 남편은, 나에게 서너 시간 후 외출하자고 말했다. 남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 나는,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평소보다 더 말끔하게 하게 집을 청소했다. 그리고 함께 차를 타고 길을 나섰다.겨울이 다가오면서 해가 무척 짧아졌다. 벌써 어둑어둑해진 하늘, 거리를 밝히는 누런 색의 가로등 그리고 도로를 알록달록한 색으로 가득 채운 자동차들의 불빛에 우리는 점점 조급해졌다. 약간의 교통 체증까지 계산하고 일찍 길을 나선 것임에도 불구하고 약속 시간을 훨씬 넘겨버린 것 같았다. 우리는 평소에 크게 듣던 음악의 볼륨도 낮추고 낯선 침묵을 이어갔다. 정체되고 있던 사거리에서 신호에 걸려 차를 멈추고 기다리던 순간, 잠시 서로의 손을 잡았다. 사거리를 빠져나오니 도로에 점점 여유가 생겼고 예상했던 것보다 몇 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건물 입구에서 벨을 눌러 우리가 도착했음을 알리자,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보며 얼굴에 웃음을 만들었다. '땡' 하는 소리와 함께 4층에 도착했고 몇 발짝을 걸어 '000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 현관문이 열렸다. 집안을 밝히는 불빛, 그리고 발을 구르고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나와 남편을 반기는 어린아이, 두 팔 벌려 우리의 어깨를 감싸 안고 환영 인사를 하는 남자와 여자... 어느새 북적북적해진 현관문의 안과 밖. 그 와중 현관문 안을 가득 채운 세 사람의 다리 사이를 조용히 빠져나와, 현관문 밖 남편과 나에게 다가온 '어떤 작은 회색 물체'.
그것은 바로 '너'... 내 가슴을 졸이게 했던 너, 하루하루 더 사무치게 그리웠던 너 '그 회색 고양이'!
남편과 내가 고개를 숙여 '그 회색 고양이'를 바라보던 순간, 떠들썩하던 현관문의 안과 밖이 금세 조용해졌다. 순간 고양이를 내려다보던 남편의 눈은 유난히 반짝반짝 빛났는데, 약간의 물기(눈물)가 눈가에 서린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은 어떤 주저함도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던 회색 고양이를 번쩍 들어 자신의 품에 소중히 안았다. 회색 고양이는 마치 '부모가 갓난아기를 감싸 안고 젖병을 물릴 때와 같은 자세'로 남편의 두 팔에 몸을 맡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 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를 바라보던 친구 부부와 어린아이도 곧 환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셋이 떨어져 있었던 기간 동안, 회색 고양이도 남편과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걸까?'
회색 고양이와 남편을 보는 나의 두 눈엔 어느새 옅은 눈물이 고이고 가슴은 점점 아려왔다.
그렇게 그 회색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는 남편의 '친구 부부'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남편이 안고 있던 고양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신발을 벗고 있는데, 남편의 친구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이 회색 고양이를 그렇게 품에 안을 수 있는,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 바로 '네 남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