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새벽 3시 - A Cat In A Grey Suit Chapter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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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깊이 잠들어 있던 남편과 나. 그런데 어떤 가느다란 실 같은 것이 나와 남편의 코를 간지럽혔다.

"더 자, 오늘부터 내가 일어날게."
"괜찮겠어? 깊이 잠들었던 것 같은데."
"난 괜찮아, 당신은 곧 출근해야 하니까 내가 나갈게."
"고마워, 그럼 잘 부탁해."

나와 남편이 잠에서 깨는 것을 본 '어떤 물체'가 열려있던 침실의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간지러워진 코를 문지르고 작은 소리로 몇 번 기침을 하면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누워서 날 바라보는 남편의 어깨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리고 자는 동안 흐트러졌던 머리카락을 대충 손으로 정리하면서 거실로 나왔다. 혹여라도, 나의 발이 '그 물체'를 밟거나, 치지 않도록 바닥을 보며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옮기다가 곧 걸음을 멈췄다. 나보다 훨씬 몸집이 작은 '그 물체'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가자!"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그 물체'는 앞장서서 어떤 장소를 향해 걸었고 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서재였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나는 조금 비몽사몽인 상태였다. '뭐지? 내가 아직 꿈을 꾸는 건가? 내가 왜 이 방에 서 있는 거지? 분명 나를 잠에서 깨웠던 어떤 물체를 따라온 게 맞는데?' 잠시 혼란에 빠져 있었던 나는, 재빨리 눈을 비비면서 정신을 차렸다. 힘주어 두 눈을 문지른 탓에 눈꺼풀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랬다, 이 상황은 꿈이 아니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두운 이른 새벽이지만, 밤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쪽 벽면 전체가 유리창인 서재 안으로, 바깥의 어둠을 밝히는 (가로등) 불빛이 들어왔다.

그제서야, 나는 볼 수 있었다. 나를 잠에서 깨워 서재로 이끌었던 '그것'의 정체.
자꾸 고개를 돌려 '내가 자신의 뒤를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하며 밥을 먹고 있던, '그 회색 고양이'를...

. . .

12년 넘게 '친구의 회색 고양이'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주던 남편이었지만, 종종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게 만드는 '회색 고양이의 단점'이 하나 있었다.

(본래 이 회색 고양이는 무엇이든 혼자 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며, 사람이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동안 한번도 빠짐 없이, '새벽 3시'만 되면 일부러 발톱을 세우고 마치 '하이힐을 신고 걷는 것'처럼 '또각또각' 소리를 내서 자고 있던 사람을 깨우는 것은 물론(원래 고양잇과 동물들은 이동하거나 걸을 때 발소리를 내지 않는다), 만약 침실 문이 닫혀있을 경우, 안에서 문을 열어 줄 때까지 '날카로운 소리가 나도록 맹렬하게 문을 긁는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남편은 나에게, "앞으로 1년에 두 번(여름과 겨울), 짧으면 4개월 길면 6개월 동안 너의 밤 잠을 깨울 '회색 고양이'와 지내야 하는데 괜찮겠어? 정말 견딜 수 있겠어?"라는 질문을 반복했다.
반려동물을 키워 본 경험은 없었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반려동물 관련 지식을 익혔던 나, 활짝 웃으며 남편에게 "걱정하지 마, 고양이가 밤마다 '우다다' 하는 거 알고 있었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커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 얼마 동안은, '12년간 회색 고양이의 새벽 3시'를 담당해 온 남편이 '회색 고양이의 새벽 부름'에 응답했다. 그런데, 10~30여분간 회색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고 온 남편은 다시 잠에 들지 못했다.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가 억지로 잠을 청해도, '겨우 한두 시간 눈을 붙인 후 서둘러 출근해야 하는 남편의 상황'을 본 나. 그를 향한 안쓰러운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더니, 결국 그가 불쌍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남편의 대학과 대학원 시절은 제외한다고 해도, (우리가 결혼한 해 기준) 그가 취업한 지 6년이 넘었다.
남편은 '회색 고양이'를 소유한 친구가 매년 여름과 겨울 휴가를 떠날 때마다, 친구의 '회색 고양이'를 자기 집으로 데려와 몇 개월씩 돌봐주었다. 또한 '회색 고양이'를 돌보는 것에 진심을 다했던 그는, '회색 고양이를 소유한 친구'의 휴가가 끝나면 자신의 휴가를 떠났다. 그래서 매년 여름과 겨울, '친구의 회색 고양이'가 그의 집에 왔을 때, 그는 여전히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과연, 남편에게 6년이라는 시간은 어떤 것이었을까?
왜 그동안, 단 한 번도 나에게 '회색 고양이 때문에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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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그날도 어김없이 남편과 나의 잠을 깨운 고양이.

"이제부터 내가 회색 고양이의 새벽 3시를 챙기겠다."는 선언과 함께 회색 고양이가 이끈 서재로 들어온 나. 그런 나를 자신의 뒤에 세워 놓고 밥을 먹고 있던 '회색 고양이'...

내가 책에서 읽은 정보에 의하면, 고양잇과 동물들은 야행성이고 포식자로서 먹이 사슬에서 상위를 차지한다는 것. 사냥을 할 때 먹잇감이 방심한 틈을 타 공격하는데 주로 먹잇감의 뒤를 노린다는 것. 그런 본성 때문에, 그들보다 먹이 사슬의 더 높은 곳을 차지한 다른 포식자들에게 자신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다른 포식자들도 활발하게 활동할 시간인 어두운 밤. 먹이를 먹고 물을 마시거나 용변을 볼 때, 그들은 자신의 주변을 극도로 경계하고 같은 무리에 속한 동료들끼리 번갈아 가며 서로를 지켜 준다는 것.

그래서 '회색 고양이'는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난 누구의 도움도 관심도 필요하지 않아!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내 옆으로 오지 마!"라고 말하는 '터프함을 마구 뿜어내는 상남자'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져 칠흑 같은 밤이 되면,
"깜깜해서 혼자 화장실 가는 거 무서워! 그리고 나 배도 많이 고파! 지금 나 혼자 밥 먹는 거 싫어! 너무 어둡잖아! 혹시 귀신이라도 나타나면 어떡해?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 나 지켜줘!"라고 투정 부리는 '새침떼기 소녀', '아주 여린 마음을 가진 소녀'가 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남편을 걱정하며 무거웠던 내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구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에 고양이와 남편이 방해받지 않도록, 나의 호흡을 조절하며 손으로 입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아! 귀여워, 우리 회색 고양이!'
'결국 나한테 들켰네? 사실 너는 '여리고 순박한 고양이'라는 걸...'

'새벽 3시의 식사'를 마친 회색 고양이가, 어느새 나의 다리 곁으로 다가와 자신의 복슬복슬한 털로 나의 다리를 간지럽힌 후, 작게 '야옹' 소리를 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너를 지켜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거야? 너는 참 정중한 신사 고양이구나! 나도 고마워!"

그렇게 매일 새벽 3시, 나는 '멋진 회색 수트를 입은 신사 고양이'와 한밤의 데이트를 시작했다.

Jelinek_L

오스트리아를 사랑하는, 오스트리아에 거주 중인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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